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익스트림 무비, 한때 뜨겁던 커뮤니티의 흥망성쇠와 나의 기록
PC통신 시절부터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기고, 싸우고, 와해되고, 서로 위로받는 과정을 반복해왔지만, 최근 몇 달 전 알게 되어 가입한 <익스트림 무비>의 상황만큼 극적이고 격변적인 모습은 본 적이 없네요.
며칠 전까지만 해도 조던 필 감독이 직접 영상 메시지를 보내고, 영화 <놉>의 아이맥스 단관 시사로 커뮤니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었는데요. 원래는 그렇게 크지 않았던 커뮤니티였지만, <범죄도시 2>, <탑건>, <브로커> 등 대형 흥행작 덕분에 신규 유저가 급증했고, 그만큼 여러 불만과 갈등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.
제가 가입했을 때 익스트림 무비는 ‘회원 간 친목질 금지’, ‘정치·종교 혐오 글 금지’, ‘반말·욕설 금지’, ‘영화평 조롱 금지’ 등 엄격한 원칙 아래 운영자들이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깨끗한 영화 이야기 공간을 유지하려 했습니다. 그래서 대형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날 선 정치 논쟁이나 욕설, 무분별한 글들에 지친 저에게는 정말 편안한 공간이었어요.
특히 긴 글에 칭찬과 응원이 많이 달리고, ‘명예의 전당’ 같은 코너에 오르면 큰 힘이 되었고, 브런치에서 무플로 힘들었던 글들도 익스트림 무비에서는 반응을 받아 정말 위로가 됐습니다.
하지만 커뮤니티가 커질수록 강퇴와 검열이 늘고, 운영진도 점점 과격해지면서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죠. 영화 <외계+인>과 <비상선언>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는 ‘돈 받고 홍보하는 것 아니냐’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. <놉> 시사회 때는 유저들 간 저격전이 극심해지고, 감정이 격해지며 탈퇴와 강퇴가 잇따랐습니다.
결국 운영자인 ‘다크맨’과 일부 파워유저들의 과거 문제가 밝혀지고, 운영진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습니다. 다크맨은 커뮤니티의 검열과 정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, 그 권한은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.
익스트림 무비에서 탈퇴하거나 강퇴된 회원들은 디시인사이드 ‘익스트림 무비 마이너 갤러리’에 모여 운영진과 기존 회원들을 저격하기 시작했고, 익스트림 무비 내 남아 있던 회원들은 조용해지거나 탈퇴해 현재는 매우 어수선한 상태입니다.
다크맨이 사과문을 올렸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, 검열과 갈등이 계속되며 이 모든 일이 불과 하루도 안 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충격적입니다.
저는 다크맨이 누군지도 모르고, 단지 익스트림 무비의 차분한 분위기와 긴 글을 읽기 편한 시스템 때문에 계속 머물렀습니다. 아직 탈퇴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지만, 이 사태가 진정되려면 운영진 전원의 사퇴와 새로운 운영진 이양이 불가피해 보입니다.
그리고 평소 존댓말로 웃으며 이야기하던 사람들이, 탈퇴 후 디시나 펨코 같은 사이트에 모여 욕설과 반말로 대화하는 모습도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됩니다. 내가 알던 그곳 분위기가 환상이었나 싶기도 하고, 백일몽을 꾼 기분이에요.
그래도 어딘가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점은 위안입니다. 사이트가 사라질지도 몰라 받은 댓글들을 캡처해 두었고, 시간 나면 브런치 글 밑에 달아놓을 예정입니다.
서로 모여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, 영화에 대해 때론 다투고, 새로운 해석에 영감을 받고,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다시 생기길 바랍니다.
지금은 익스트림 무비가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뿐이지만, 과연 가능할지 의문입니다.
어찌 되든 저는 제가 쓴 글을 계속 완성할 겁니다. 제 글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요.
				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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